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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문을 여는 고요한 나팔수들 “경조중창단”

장례식 천국환송예배에서 출관(出棺)까지 찬양으로 하늘문을 열고 고인을 환송하는 경조중창단(단장 김은영 권사). 유가족을 위로하며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천사들의 나팔소리. 새벽 장례식장에서 목격할 수 있는 ‘숨은 일꾼’이다. 금년 상반기에 이미 1년치 분량만큼 장례가 발생했다. 고령인구 증가와 관련 있다. 현재 단원 24명의 소수 정예 중창단은, 서울지역 본 교회장에만 출동한다. 2021년 시작 이래, 단원이 적었던 초기에는 주 2-3회까지 일정이 바빴다. 연 평균 30-40회 활동하는데, 앞으로 경조사역은 늘어날 전망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면 접촉에 공포를 느껴 장례식장에서는 다중의 조문과 집단 조가(弔歌)를 꺼렸다. 유구한 전통의 강중침 1기 경조찬양대 활동은 맥이 끊기는 듯 보였다. “너도 아이 크면 꼭 경조찬양 해라.” 시어머니 이혜자 권사의 뜻대로 대를 이어 이 사역에 헌신 중인 김이활 권사는 “어머님 당시 경조사역의 위상은 어마무시했죠”라며 팬데믹 이전을 회상했다. 강남본당 재건축으로 왕십리 임시성전 시기에는 사역을 지원하는 대형 버스마저 사라졌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지만, 중요 사역을 멈출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 유족들의 요청을 민감하게 받아들인 D국 국장 홍지승 목사는 팔을 걷어붙이고 경조사역을 D국으로 끌어왔다. “예산이 없는 상태에서 지혜가 필요했어요.” 변화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홍 목사는 ‘거점 없이 모였다 흩어지는 자발적 기동 조직’을 구상했다. 자신이 담당한 교구의 김은영 권사는 대전 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출신으로, 성악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적임자였다. 그를 주축으로 자비량 사역자들을 불러 모았다. 세움찬양대원, 솔리스트, 콰이어, 반주자, 오케스트라 연주자, 목자, 여전도회 임원 등으로 이중삼중 역할을 하는 이들이 참여하여 경조사역의 전기가 마련됐다. 홍지승 목사는 1년에 2회 세미나를 열어 단원들에게 경조사역의 의미, 태도와 역할을 전했고, 4곡의 조가를 연습했다. 이후 중창단의 전반적인 운영은 김 단장 몫이었다.

중창단 성격에 맞게 소프라노와 알토가 조화를 이루도록 인력을 충원하고 4명의 키보드 반주자(김선미 집사, 서선미 집사, 이윤숙 권사, 하은숙 권사)를 확보하여 현장감을 드높였다. 지휘는 단장이 맡아 짜임새 있는 전문가 집단이 형성됐다. 홍 목사로부터 공지를 받으면, 지역에 맞춰 신속하게 조를 편성한다. 최근 하루에 발인예배 두 곳을 갔던 적도 있어, 효율적인 단원 배치가 ‘김은영 리더십’의 5할이다. 전 단원이 주차비를 포함 교통비를 자비량한다. 각자 집에서부터 자차나 택시로 기동성 있게 지정 장소로 와서 임무를 수행하고, 귀가하면 서너 시간이 소요된다. 단장ㅡ총무(류영심 권사)ㅡ재무(김이활 권사) 3인을 중심으로 주력팀은 거의 모든 장례에 고정 참석한다. 거주지에서 장례식장까지 거리를 참고해 조를 구성하고, 단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반영해 재조정한다. 그러므로 매번 10명 전후의 조 구성은 가변적이고 유연하며 탄력적이다.

“진짜 숨은 일꾼은 목사님이세요.” 홍지승 목사는 발인 당일 새벽, 교회에 가서 무거운 키보드와 가운, 악보 등을 들고 장례식장에 와서 예배 1시간 전에 모든 세팅을 마치고 또 출관 후 물품을 전부 회수하여 교회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단원들이 입을 모아 감사한다. 차례차례 도착한 단원들이 가운을 입고 빈소로 들어간다. 근거리에서 유가족에게 위로가 전해지는 공간이다. 김 단장의 지휘에 따라 키보드 연주와 함께 중창단의 찬양이 엄숙하게 울려 퍼진다. “하나님이 진짜 천사들을 보내주신 것 같았어요.” 작년에 남편상을 치른 김영인 집사(2교구)는 찬양이 주는 위로와 은사에 감동과 감사를 전했다.

“헌신도 때가 있지요.” 믿음의 선배들이 하늘나라 가시는 것을 가까이서 자주 접하는 김은영 단장은, 하루하루를 선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 “내 인생 여정 끝내어”로 시작하는 출관곡의 비장감은, 누구라도 가슴을 여미게 한다. “화목한 유가족들을 보면 우리도 자손들에게 본을 보이게 더 잘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 하은숙 권사가 귀가하며 남편인 이홍영 장로와 나눈 말이다. 거의 모든 장례에 참여하는 경조위원장 이 장로는 “중창단 덕분에 든든합니다”라고 응원했다.

“저기 밖에 누구신지?” 예배가 끝날 때까지 서성이다 목사님과 악수하는 남자, 김 단장의 남편 박민영 집사이다. 깜깜한 새벽 3시에 길을 나서는 아내를 위해 슬리퍼, 반바지 차림으로 눈곱도 못 떼고 급히 차를 몰고 나왔다. 이윤숙 권사의 남편 이일석 집사는 새벽길을 나서는 아내를 위해 샌드위치를 싸고 운전대를 대신 잡는다. “잘릴 때까지 해야죠.” 가족의 지지가 사역의 큰 힘이다. “못 일어날까 봐 긴장해서 꼴딱 밤을 새거든요. 근데 어느새 잠이 들어버린 거예요.” 오영임 권사가 아쉬운 표정으로 불참 사태를 떠올렸다. “약속했는데, 안 오면 잠들었나 해서 보통 연락을 안 해요. 근데 오늘은 꼭 하고 싶더라니까요.” 총무 류영심 권사가 핸드폰을 내려놓자마자 얼마 안 있어 황순분 권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캐나다 딸 집에 갔다가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됐는데, 전화를 받자마자 집에서 초고속으로 날아온 것이다.

“부르르르르.” 오 권사가 직접 입술을 떨어 보인다. 립트릴! 입술근육과 혀근육을 살살 달래 워밍업한다. 새벽에 찬양하기가 쉽나, 김은영 단장의 녹음 파일과 가이드에 따라 단원들은 잠긴 목을 깨운다. “첫 음 좀 잡아 주세요.” 머리 위로 검정 가운을 끼어 입고 흰 스카프를 둘러 주며, 목청을 고르고 연습한다. 금년에 알토 파트에 합류한 전금선 집사는, 아버지 전도가 갈급했는데 최근 영접에 성공했다. “믿음의 선배들을 환송하면서 천국에서의 영광을 목도한 덕분이에요.” 단원들이 사명감을 갖고 사역에 헌신하는 이유다.

“이 옷, 친구가 선물해 줬어요.” 류영심 권사가 자신의 검정 재킷을 가리켰다. 경조중창단 입단 기념이란다. 누군가에게 지지를 받는다는 증거다. 발인예배에 다녀왔는데, 가족들은 아직 자고 있다. 원래 장례는 예고 없이 고지되고 불시에 불려 나간다. 가끔 가족들과 약속을 못 지킬 때도 있다. 가족의 이해 없이는 하기 힘든 일, 어쩌면 경조사역은 가족 모두의 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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